독일에서 집 살까 ETF 살까 — 세금·수익률 직접 계산해봤다

독일에서 살다 보면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이제 슬슬 집을 사야 하는 거 아닐까?”

주변 독일 동료들은 하나둘 집을 산다. 한국에서 온 사람이라면 더 그렇다. 부동산은 곧 자산이라는 DNA가 있으니까.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독일에 자리를 잡고, 가족이 생기고,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생각이 커졌다.

그런데 막상 계산을 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독일 부동산,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높다

프랑크푸르트 근교에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가 있다. Bad Homburg, 오버우어젤, 쾨니히슈타인. 학군도 좋고, 환경도 쾌적하고, 한국 커뮤니티도 있다. 4인 가족이 제대로 살 공간을 갖추려면 이 동네에서 80만 유로는 봐야 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독일에서 집을 살 때는 매매가만 준비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 붙는 부대비용이 상당하다.

항목비율금액
계약금 (20%)20%€160,000
부동산취득세 Grunderwerbsteuer (헤센주 6%)6%€48,000
공증비 Notarkosten1.5%€12,000
등기비 Grundbuchamt0.5%€4,000
중개비 Maklerprovision3.57%€28,560
총 필요 현금€252,560

계약금 20%에 각종 세금과 수수료까지 더하면, 첫날 통장에 있어야 하는 현금이 약 25만 유로다. 한화로 따지면 3억 5천만원이 넘는다. 모기지를 받기도 전에, 이미 이 돈이 내 손에 쥐어져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모기지 금리도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 현재 독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4%대다. 60만 유로를 빌리면 매달 원리금 상환만 2,500~3,000유로 수준이 된다. 여기에 재산세, 관리비, 수선적립금까지 더하면 주거 관련 고정지출이 월 3,500유로를 훌쩍 넘기는 일도 드물지 않다.

집을 사는 순간, 매달 이 금액이 고정비로 확정된다.

독일 부동산과 ETF, 세금이 다르게 작동한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과 ETF를 수익률로만 비교한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세금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수익률 비교만으로는 절반밖에 모른다.

자가거주 목적으로 샀을 때 — 보유 중 세금

임대를 놓지 않고 본인이 직접 거주한다면 임대소득세는 없다. 하지만 집을 보유하는 것만으로 매년 나가는 세금이 있다. Grundsteuer(재산세)다.

소득과는 전혀 무관하게 물건 기준으로 부과된다. 80만 유로 주택 기준으로 연간 약 €1,500~€3,000 수준이다. 월로 환산하면 €125~€250이 매달 고정으로 나간다. 게다가 2025년 Grundsteuerreform(재산세 개편)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부담이 더 늘어난 케이스도 있다.

집을 보유한다는 것은 수익이 없어도 비용이 계속 발생한다는 뜻이다.

팔 때 세금 — 자가거주라면 생각보다 유리하다

독일 세법에서 자가거주 부동산의 양도차익세는 임대 목적과 완전히 다른 규칙이 적용된다.

케이스조건양도세
케이스 A10년 이상 보유 (거주 여부 무관)€0 완전 면제
케이스 B10년 미만 + 매도 연도 포함 직전 2년 자가거주€0 완전 면제
케이스 C10년 미만 + 자가거주 요건 미충족차익 전액 종합소득세율 (최고 45%)

여기서 핵심은 케이스 B다. 10년을 채우지 않아도, 매도하는 해와 직전 2년 동안 실제로 본인이 거주했다면 양도세가 없다. 예를 들어 2020년에 집을 사고, 2022~2024년에 직접 살다가 2024년에 팔면 보유기간이 4년에 불과하지만 양도세는 €0이다.

단, 이 기간 중 일부라도 임대를 준 경우에는 임대 기간 비율만큼 과세 대상이 된다. 자가거주 요건을 꼼꼼히 따져야 하는 이유다.

수치로 보면 얼마나 차이나나

80만 유로에 구매해서 10년 후 110만 유로에 매도했다고 가정하면, 차익은 €300,000이다.

케이스조건세금실수령 차익
자가 10년 이상 보유케이스 A€0€300,000
직전 2년 자가거주 후 매도케이스 B€0€300,000
10년 미만 + 임대 포함케이스 C~€135,000€165,000
ETF 동일 차익 €300,000Teilfreistellung 30% 적용~€55,400€244,600

자가거주 조건만 충족하면 부동산이 세금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ETF는 동일한 차익에도 약 5만 5천 유로의 세금이 붙는다.

단, 부동산에는 시간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10년을 기다리거나, 최소 2년을 직접 살아야 한다. ETF는 언제든 팔 수 있다.

ETF 세금 — 급여와 무관, 고정세율

ETF는 구조가 단순하다. 소득이 얼마든 상관없이 Abgeltungssteuer 25% + Soli 5.5% = 실질 26.375% 고정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두 가지 혜택이 있다. 첫째, 연간 €1,000(부부 €2,000)의 Sparerpauschbetrag 공제가 있다. 둘째, 주식형 ETF는 수익의 30%가 비과세되는 Teilfreistellung이 적용된다. 실질 세율은 26.375%보다 낮아진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급여가 높을수록 ETF가 유리해진다.

구분ETF 수익 세율부동산 임대수익 세율
연봉 €60,000 수준26.375% 고정~35% (급여 합산)
연봉 €200,000 수준26.375% 고정~45% (급여 합산)

임대수익은 종합소득에 합산되기 때문에 연봉이 높을수록 세율이 올라간다. 고소득자가 임대를 놓으면 임대수익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낸다. ETF라면 소득과 무관하게 26%대 고정이다.

자가거주라면 임대수익세 자체가 없으니 이 문제는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매도 시점이 되면 다시 세금 이야기가 나온다.

그 돈을 모으는 데 얼마나 걸릴까 — 그 시간이 기회다

25만 유로를 현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고소득자라도 이 금액을 순수 현금으로 모으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나는 이 시간이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기간 동안 그 돈을 어디에 넣어두는 게 맞을까?

지금 당장 10만 유로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걸 부동산 계약금 일부로 묶어두는 대신 ETF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 나스닥100 ETF 기준 연평균 수익률 10% 가정 시:

기간원금평가액 (세전)
5년€100,000€161,051
10년€100,000€259,374
15년€100,000€417,725

10년이면 원금이 2.5배가 된다. 독일 세금을 반영하면 실수령은 줄어들지만, 복리의 힘은 강력하다.

반면 부동산은 취득 시점에 이미 10~12%를 비용으로 날린다. 집값이 그만큼 올라야 겨우 본전이다. 80만 유로짜리 집이라면 약 9만 유로가 첫날 사라지는 셈이다.

나는 왜 지금도 ETF를 선택하고 있나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미 부동산 매입이 가능한 수준의 자금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사지 않았다. 의도적인 유예다.

지금 월세로 살면서 모은 큰돈을 ETF에 넣고 복리를 계속 굴리는 것이, 당장 집을 사는 것보다 자산 증식 속도가 빠르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리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1단계 — 현금흐름 확보: ETF 자산을 연 10% 수익률 기준으로 현재 월세 수준의 수익이 나오는 규모까지 키운다. 월세가 €2,500이라면 약 30만 유로의 ETF 자산이 그 역할을 한다.

2단계 — 스노우볼: 급여로 계속 추가 투자를 반복한다. 복리와 추가 납입이 동시에 작동하면 자산은 생각보다 빠르게 불어난다.

3단계 — 부동산 진입 타이밍: 부동산 매입에 필요한 비용 약 25만 유로가 전체 금융자산의 30% 이하 수준이 됐을 때, 그때 부동산을 산다. 이 시점이 되면 집을 사더라도 나머지 70%의 금융자산은 그대로 복리를 이어간다. 자산 배분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다.

월세는 낭비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월세를 그냥 버리는 돈이라고 한다. 나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은 다르게 본다. 월세는 유동성을 유지하는 비용이다. 이 집에 묶이지 않을 자유, 더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움직일 수 있는 자유를 사는 돈이다. 유럽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그렇다. 커리어에 따라 도시가 바뀌고, 나라가 바뀔 수 있다. 그 유연성이 때로는 집 한 채보다 더 가치 있다.

물론 언젠가는 부동산도 살 것이다. 어차피 살아야 할 집이 하나는 필요하고, 월세를 sunk cost로 계속 내는 것보다 자산으로서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 타이밍은 내가 정한다. 시장이 정하는 게 아니라.


정리하면

  • 독일 부동산 진입에는 최소 €252,000의 현금이 필요하다 (80만유로 집값 기준)
  • 취득 시점에 이미 10~12%가 비용으로 사라진다
  • 자가거주 시 보유세(Grundsteuer)는 소득과 무관하게 매년 고정 발생
  • 자가거주 조건 충족 시 양도세 €0 — 세금 측면에서 부동산의 가장 강력한 무기
  • ETF는 소득과 무관한 26.375% 고정세율 — 고소득자일수록 유리
  • 임대 목적 부동산은 임대수익이 급여에 합산 — 고소득자에게 불리
  • 부동산 매입 비용이 전체 금융자산의 30% 이하일 때 진입하면 자산 배분이 무너지지 않는다 (가히 주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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