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을 통해서 독일 연봉 협상을 앞두고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있습니다.
연봉은 얼마를 불러야 할까요.
인터넷에는 첫 금액을 높게 제시해야 한다는 조언부터, 절대 먼저 희망 연봉을 말하지 말라는 조언까지 다양하게 나옵니다. 그런데 채용에 참여하면서 느낀 것은 조금 달랐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경우 독일 연봉 협상은 협상 테이블에서 처음 결정되지 않습니다.
면접이 끝날 무렵이면 회사는 이 지원자에게 어느 정도 수준의 연봉을 제안할 수 있는지 내부적으로 판단을 마친 경우가 많습니다. 협상은 그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연봉 협상을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회사가 더 높은 연봉을 제안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확신을 주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채용 과정에서 연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그리고 실제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만드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독일 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될까
많은 분들이 연봉은 협상 실력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협상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제 회사에서는 그보다 먼저 확인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먼저 해당 직무에 배정된 예산이 있습니다. 같은 회사라도 직무마다 연봉 범위가 다르고, 이미 정해진 Salary Band(연봉 밴드) 안에서 채용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범위는 앞으로 더 명확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EU 임금투명성 지침에 따라 각 회원국은 2026년 6월까지 채용 공고 단계에서 급여 범위를 공개하도록 법을 정비해야 했는데, 독일은 아직 관련 입법을 마치지 못한 상태입니다. 시행되면 지금처럼 회사만 예산 범위를 알고 지원자는 모르는 구조가 조금씩 바뀔 것입니다.
그다음은 경력과 전문성입니다. 비슷한 경력을 가진 지원자라면 회사는 이 사람이 얼마나 빨리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다른 지원자로 쉽게 대체할 수 있는지를 함께 봅니다. 마지막으로 내부 형평성도 중요합니다. 기존 직원과의 연봉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지면 조직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지원자라도 현실적인 범위를 크게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먼저 결정되고, 그 이후에 협상이 시작됩니다.
같은 자리, 다른 결과
같은 직무에 지원한 두 후보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경력이나 스펙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한 명은 면접 초반부터 희망 연봉을 먼저 이야기했습니다.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말이 반복됐습니다. 다른 한 명은 지난 3년 동안 자신이 만든 성과를 숫자로 설명했습니다. 연봉 이야기는 면접관이 먼저 물었을 때만 나왔습니다.
최종적으로 더 높은 연봉을 받은 사람은 후자였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왜 그 금액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가 이미 설명된 상태였고, 협상은 그저 그 근거를 숫자로 확인하는 절차에 가까웠습니다.
연봉 협상에서 가장 큰 오해
면접을 보다 보면 연봉 협상을 흥정처럼 생각하는 지원자를 종종 만납니다. 높게 부르면 많이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나, 최대한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믿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번은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른 회사에서 이만큼 준다고 했다는 말을 협상 카드처럼 여러 번 꺼낸 지원자가 있었습니다. 사실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그 말이 정보가 아니라 압박처럼 들렸다는 것입니다. 결국 그 지원자는 원했던 만큼의 인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조건을 맞춰주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다루기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인상이 먼저 남았기 때문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근거 없이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것보다, 왜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를 설명하는 지원자가 훨씬 설득력 있습니다. 결국 회사가 사고 싶은 것은 지원자의 시간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의 가치입니다.
기억에 남는 협상과 그렇지 않은 협상
좋은 협상은 의외로 차분했습니다. 현재 시장에서 비슷한 직무의 연봉 수준을 알고 있었고, 자신의 경험과 성과를 객관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제가 맡았던 프로세스를 개선했고, 그 결과를 수치로 확인했습니다. 이번 포지션에서는 이 경험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될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런 설명은 연봉 숫자보다 먼저 신뢰를 만듭니다.
반대로 기억에 남지 않는 협상도 있습니다. 생활비가 많이 들어서요, 다른 회사에서도 더 준다고 했습니다, 최대한 많이 받고 싶습니다. 물론 누구나 더 좋은 조건을 원합니다. 하지만 회사는 개인의 생활비보다 회사에 어떤 가치를 만들어 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협상은 감정보다 근거가 강할수록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대로 협상을 아예 하지 않는 지원자도 있었습니다. 제시된 첫 금액을 그대로 수락하는 경우인데, 이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협상 여지를 어느 정도 남겨두고 첫 제안을 합니다. 질문 한 번 없이 바로 수락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얼마나 알고 있는지 가늠할 기회조차 사라집니다.
제가 후배들에게 항상 하는 이야기
후배들이 연봉 협상을 앞두고 조언을 구하면 저는 항상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연봉은 말을 잘해서 올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좋은 조건을 받습니다.
협상은 마지막 단계일 뿐입니다. 그 이전의 경력, 성과, 전문성, 그리고 면접에서 보여준 신뢰가 이미 대부분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면접에서 프로젝트가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를 설명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부분은 「독일 면접 | 채용에 참여하며 느낀 합격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
그래서 협상 기술만 공부하기보다, 왜 회사가 나에게 더 투자해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좋은 이력서는 면접 기회를 만들어 줍니다. 좋은 자기소개서는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라는 기대를 만듭니다. 좋은 면접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확신을 줍니다. 그리고 연봉 협상은 그 확신을 바탕으로 마지막 조건을 맞춰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독일에서는 협상이 낯선 문화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강하게 요구하는 사람이 유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사람이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협상을 마치고 받은 숫자가 실제로 통장에 얼마나 남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세전 금액만 보고 좋아했다가 실수령액을 확인하고 당황하는 경우를 꽤 봤는데, 이 부분은 「독일 연봉 2억 직장인이 실제로 내는 세금」에서 실제 숫자로 정리해두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독일에서 이직할 때 연봉이 가장 크게 오르는 경우와, 내부 승진과 외부 이직 중 어떤 선택이 커리어에 더 유리했는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연봉 협상 체크리스트
현재 직무의 시장 연봉을 조사했는가
희망 연봉의 근거를 설명할 수 있는가
최근 성과를 숫자로 이야기할 수 있는가
회사에 제공할 가치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
협상을 감정이 아닌 근거 중심으로 준비했는가
자주 묻는 질문
Q. 독일에서는 희망 연봉을 먼저 말하는 것이 좋을까요.
채용 과정에 따라 다르지만, 질문을 받았다면 시장 시세와 자신의 경력을 근거로 현실적인 범위를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독일에서는 연봉 협상이 일반적인가요.
네. 특히 경력직 채용에서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다만 협상 폭은 회사의 Salary Band와 내부 기준에 영향을 받습니다.
Q. 독일 연봉 협상은 세전 기준으로 이야기하나요.
네. 독일에서는 희망 연봉과 협상 모두 세전 연봉을 기준으로 진행됩니다.
Q. 연봉 협상에서 보통 몇 퍼센트 정도 조정되나요.
정해진 기준은 없습니다. 회사의 Salary Band와 시장 시세 안에서 협상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그 안에서 자신의 성과와 전문성을 근거로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Q. 연봉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높은 금액을 요구하는 것보다, 그 금액에 맞는 가치를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Q. 다른 회사의 오퍼를 이야기해도 되나요.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압박 수단처럼 사용하는 것보다 자신의 시장 가치를 설명하는 근거로 활용하는 편이 더 좋은 인상을 줍니다.
Q. 첫 제안을 그냥 수락해도 괜찮을까요.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권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협상 여지를 어느 정도 남겨두고 제안하기 때문에, 최소한 근거를 담은 질문 하나 정도는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